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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모른다] E01-2 (Nobody Knows E01-2)

김서형

by YOUNGee 2020. 4. 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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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301호로 이사 온 영진(30)과

계단에 마냥 앉아 있는

고은호(8)

 

 

 

"아줌마 여기 살꺼에요? 나는 201호에 엄마랑 살아요.

아줌만 누구랑 살아요?"

"혼자"

 

 

 

혼자 이삿짐을 옮기는 영진에게

혼자니까 도와주고 싶다는 다정한 은호

 

따뜻하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는 편인 영진은

그냥 지나친다.

 

 

 

*

 

 

201호에 산다면서

집에 가지 않고 종일 계단에만 있던 은호는

밑에 사는게 진짜냐는 영진의 말에 결국 돌아가지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는 것 같지 않다.

 

 

 

 

*

 

 

 

그날 밤

아랫집에서 큰 소란이 나 뛰쳐내려간 영진에게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어준 은호

 

은호의 엄마는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은호는 문을 열어주긴 했지만

이내 도망가라고 하고,

차영진은 괜찮으니까 내 뒤에 있으라한다.

 

 

 

*

 

 

 

"형사소송법 212조에 의거 폭행현행범으로 영장 없이 체포합니다"

"니가 뭔데 날 체포해?"

"현행범을 발견하면 그 누구라도 체포할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한 남자의 위협을 가볍게 피하고 수갑을 채우며

"이렇게 나와주면 고맙지"

 

 

 

"집무집행법 3조 2항에 의거 공무집행 방해 추가합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 불리한 진술 거부할 수 있습니다."

 

 

 

 

 

 

 

 

 

 

 

*

 

 

 

오랜만에 집에 온 영진은

어김없이 집 밖에 혼자 나와있는 은호를 만나고

 

 

 

 

 

"엄마가 또 놀다 오랬어?"

"아줌마 기다렸어요"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그래서 매일매일 기다렸어요."

 

 

 

"아줌마는.. 내 영웅이에요."

 

 

 

 

*

 

 

 

밖에 혼자 방치돼있는 은호에게

영진은 자신의 집에서 쉴 수 있게 해주고

대신 자신의 식물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일주일에 두번씩 뿌리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주면 돼"

 

 

"나 때문에 죽으면 어떡해요?"

"괜찮아, 넌 아직 어린애니까.

실수를 해도, 잘못을 해도 아직은 괜찮아"

 

 

 

 

*

 

 

 

 

"고마워"

 

 

그렇게 7년이 지났고

서로 친구가 된 차영진과 고은호

 

 

 

*

 

 

 

같은 날 저녁, 은호는 뜬금없이 영진에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영진이 몰랐으면 좋겠다고 한다.

 

 

17년 동안이나 성흔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하나뿐인 친구를 죽인 범인을 쫓는,

오래도록 힘든 기억 속에 사는

영진을 걱정했다.

 

 

 

"나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은호야,

너한테 무슨일이 생긴다면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진급한다는 거 말 안 했는데도 너 알았잖아."

 

 

 

*

 

 

 

아저씨 집에서 자고 온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은 은호

안쓰러워하는 영진에게

자신이 이제 애도 아니고 괜찮다고 한다.

 

 

 

"너 아직 애야"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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