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상호의 서재에 가득한 책을 보고 은호는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백상호가 높이 있던 책을 꺼내주는데
은호 표정이 달라져있다.
"왜? 별로야?"
"...너무 무거워요"
백상호는 추천도서라며 곧 다른 책을 꺼내준다.
"어때? 읽어봤어?"
"...저 이거 오늘 샀는데.."
"벌써 또 샀어?"
은호는 피곤하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책은 다음에 와서 고르겠다며.
*
고희동이 데려다 주려고 하자
걷고 싶다며 혼자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던 은호
최대훈의 차를 운전해 호텔로 온 오두석을 마주쳤다.
"집에 가게?"
"네.."
"아저씨가 널 그냥 보냈어?"
"네??"
"데려다 준다 안 했어?"
오두석은 케익을 가져가라는 말로 은호를 다시 10층으로 데려가려 했고,
은호는 거절할 핑계를 찾지 못해 다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은호는 오두석을 계단 밑으로 밀고
옥상으로 도망쳤다.
*
고은호를 데려다주기로 한 고희동이 바로 돌아오자
백상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와...영민한 애야.
눈치 챘겠다. 애 빨리 가서 잡아와."
은호는 백상호에게 가방 날치기 당한 걸 얘기한 적이 없는데,
백상호는 은호에게 책을 또 샀냐고 물었다.
*
옥상으로 도망 친 은호는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그때 완강기를 발견했다.
전날 학교에서 완강기 사용법을 배운 은호는 망설임없이 완강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고희동이 완강기 줄을 잡았고, 당겼다.
안전하게 지상으로 내려가던 은호는 다시 옥상으로 끌려 올라갔다.
다시 백상호의 방으로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은호는 스스로 완강기 벨트를 풀고 추락했다.
고희동은 은호의 가방을 옥상에 가져다 두고 다 풀려버린 완강기 대신 새 완강기를 넣어뒀다.
배선아는 최초발견자인 호텔 직원보다 먼저 119에 신고했고.
오두석은 트렁크에 가뒀던 최대훈을 다시 폐건물로 옮겼다.
그리고 고희동이 폐건물로 가 최대훈을 자살로 꾸몄다.
*
은호가 추락한 다음 날 차영진은
사건 현장인 옥상에 갔고, 은호를 살린 백상호를 기다렸었다.
"기적이죠? 이런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목숨을 건진다면."
"그 기적의 일부는 백상호 대표님이 만드셨죠."
"기적의 반대말이 뭘까? 의심.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의심을 거둬버리지.
차영진도 그 순간 기적을 의심하지 않았어. 그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애가 살았다는 안도감에."
"문제는 차영진이 우리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는거지."
완강기 도르래가 건물 중간 높이에 매달린 채
배선아는 옥상에 차영진과 이선우가 같이 있다고 알려주자
모두의 시선이 고희동을 향한다.
"손 좀 보자."
"에이씨 많이 아팠겠네.. 그때보다 좀 더 아플거야."
백상호는 고희동의 손에 남은 증거를 없앤다.
*
차영진은 백상호와의 약속 시간까지 기다리며 옥상에서 증거를 수집했고,
늦지 않게 내려가려는데 백상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희동 때문에 병원을 가게 되었다며
이선우와 차영진도 병원으로 이동해서 기다린다.
"당 보충."
이선우는 됐다는 차영진의 손에 사탕을 쥐어주고
자신은 힘들면 단 것과 가족을 찾는다며 차영진은 어떤지 묻는데
영진은 견딘다고 짧게 답한다.
"그렇게 안 봤으면 좋겠는데."
"그냥 계속 봐주고 싶은데."
"친구가 무참히 살해 당하고..
그렇게 살아졌어요."
방법이 그것 밖에 없었다.
차영진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었다.
*
이선우가 먼저 자리를 뜨고
그의 말대로 사탕을 뜯은 차영진
기다리고 있던 차영진을 찾아온 백상호는 사탕을 먹는 차영진을 발견하고는
놀란 말투로 출출하냐며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됐어요. 고희동씨와 얘기 좀 해야겠는데요."
"아..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심하게 다치기도 했지만, 뭣보다 많이 놀라서.."
고희동은 스스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궈 증거를 없앴다.
"고은호 추락 이후, 완강기 내부를 교체한 정황이 있습니다.
관계자 진술도 필요하구요. 대표님 포함해서요."
"아이 그럼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차영진은 준비되면 연락하겠다며
고희동을 만나지 못한채 은호의 병실로 올라간다.
배선아가 다가와 차영진의 뒤에서 저대로 둘꺼냐고 묻는다.
"다치게 하고 싶지가 않은데? 그래도 어쩔수가 없겠지?
괴로워 하는 건 보고싶으니까 말이야."
*
은호 엄마 서영은 경찰이 은호의 병실을 지키고
의료인의 출입만 허락하는 상황이 무섭다.
영진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앉아서 얘기 좀 해요.."
"나 여전히 싫죠?"
"지금 그런 소리를 왜 꺼내?"
"싫은데 믿기는 하죠?"
서영은 지금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영진 뿐이라고 답한다.
"그럼 내 말 잘 들어요. 당분간 은호 옆에 꼭 붙어있어요.
그리고.. 아무도 믿지 말아요. 나만 믿어요."
이재홍, 윤자영 순경에게도 새로운 정황을 설명한다.
"완강기를 이용해서 내려가다 로프가 붙들려서..
다시 위로 끌려 올라가기 시작했을거야."
"그래서, 벨트를 풀어버린거지.
최대훈의 사체가 나오는 바람에 초동수사가 미흡했어.
두 사람 지금 호텔로 가서 최초 신고자를 만나서 이상한 점 없었는지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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